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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자
    좌우는 있어도 위 아래는 없다

    선입견 ; 

    어떤 특정 대상에 대하여 실제 체험에 앞서 갖는 주관적 가치판단.

    고정관념 ;

    본의가 아님에도 마음이 어떤 대상에 쏠려 끊임없이 의식을 지배하며, 모든 행동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과 같은 관념.


     보 통 우리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말로 나를 둘러싼 선입견을 멋지게 표현한다. 그리고 고정관념이란 어쩔 수 없는 것, 의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듯 하다. 하지만 그 선입견과 고정관념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된다면 패션의 상징이자 필수 소품인 색안경이란 말로 그것들을 부를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 태생에 한국 국적에 노르웨이에서 거주하는 그의 3가지의 렌즈는 치밀한 현미경과 같이 우리가 모를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고정관념을 집어 나간다.
     
     군사부 일체라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고 어른들의 의견에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아주 버릇없는 것이고 어찌 나보다 손위의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것은 생각할 수 도 없다고 느끼는 우리들에게 표현과 의사의 자유는 너무도 많이 들리는 이야기지만 단 한번도 누려 본적이 없는, 생각 할 수 도 없었던 자유였다.
     쇠창살과 차가운 바닥, 더럽고 좁은 공간에 변기와 작은 침대만이 존재하는 감옥은 평생 우리가 속아만 온 감시와 처벌이라는 해악한 패러다임의 소산으로 우리가 항상 배우는 폭력과 감시로 부터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는 가진자만을 위한 힘잃은 되뇌임 일뿐이었다.
     신문과 TV, 교과서는 절대적인 하나의 규율이고 변화시킬 수 없는 기정 사실이라고 배웠던 우리는, 세상이 그 변화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도구들을 이용해 우리를 세뇌시키고 있다는 것을 아무곳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생각하는 데카르트는 우리가 가진 생각과 지식, 느낌과 분노 마저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 좌우당할 수 있다는 것을 미쳐 알지 못했다. 우리는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서 조차 자유를 잃고 있다.
     화염병과 최류탄 냄새를 부르는 데모는 나쁜 것 그리고 그 어떤 누구도 손대서는 안되고 근처도 가서는 안되는 메두사의 얼굴과 같이 바라볼 수 도 없게 교육 받았던 우리는, 결사의 자유와 우리가 국민으로서 우리가 뽑은 위정자들에게 우리의 생각을 표출하는 우리의 당연한 의무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앞길이 막힌 낭떨어지로 우리의 등을 떠미는 것과 같은 위로가 얼마나 거짓된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지난 십여년간 우리가 너무나 많이 듣고 있는 민주, 평등, 자유 등의 권리를 현재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안에서 추구하기란 어두운 저녁 두꺼운 썬글래서를 끼고 나서는 쇼핑과도 같다. 그것을 실현하려는 노력이전에 우리가 가진 패러다임의 틀을 부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세대에서의 희생과 감내가 필요하다. 그것은 자신은 쇠창살의 감옥에서 살았으나 뒤에 오는 이를 위해 그 쇠창살 대신 자유를 걸어주는 배려이다. 그것은 또한 자신은 어른들에게 반항을 한다고 혼나고 무시당했으나 보다 어린이들의 말에 귀기울여줄 수 있는 경청이다.

     우리는 고질적인 위아래 문화와 이미 많은 합병증을 동반하는 앞뒤 경쟁에 둘러쌓여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 누구보다 그 중간의 평등과 자유를 잘 배울 수 있고 그 문화에 감사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위아래, 앞뒤로 이루어진 거대한 홍해를 걷어내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평등과 자유의 길을 찾는 그 위대한 기적이 다른 어느때도 아닌 지금 이시대에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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